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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자신을 딛고 일어선 삶을 선택한 보통사람들의 기록, 사기

하늘은 항상 착한 자의 편일까? 행동은 규범이나 법령을 따르지 않아도 부귀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면 그들을 따라야 하는 게 타당할까? 춘추전국시대를 바라본 사마천의 고민이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는 난세였던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 속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 결과는 나를 넘어 타인과 세상 그리고 시대에 미친다. 그렇다면 우린 누구를 따라야 옳을까?

편집부사진이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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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혁신의
비주류들의 선택

사기는 총 130편으로 구성된 인간학의 보고이다. 모든 편마다 인간과 권력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기 속 권력을 쥔 자들 대부분은 기득권의 세계에서 자신을 딛고 일어선 자들 즉, 무에서 유를 만든 비주류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기는 장수가 되기 위해 아내를 죽였고 주나라 무왕은 자신의 대의명분이 옳다며 은나라를 멸하였다. 사마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들 모두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옳지 않은데 권력을 향유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
“오기도, 주나라 무왕도 유가적 사상인 인(仁)의 관점에서 보면 옳다고 할 수 없죠. <사기>는 인물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세상살이가 꼭 하늘의 도를 따르나요? 그렇지 않죠. 다만 그른 면도 있지만 천도를 무게중심에 두고 내가 살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니까요. 사기 속의 인물들 대부분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들입니다. 개혁과 혁신의 마인드가 강한 인물들입니다.”
김원중 교수는 다시 ‘천도’를 무게중심으로 둔다는 표현을 강조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회가 만든 규범을 무시해도 좋다는 게 아니다. 자신의 신분이나 배경을 탓하지 않고 치열한 승부 근성으로 세상의 벽에 맞서 높은 자리에 오른 자들이 선택한 삶의 태도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사기의 <이사> 편에 보면 두 마리 쥐에 대한 일화가 나옵니다. 어느 날 이사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쥐 한 마리가 나타나는 거예요. 화장실에 있는 쥐였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겠죠? 화장실에 나와 곡식 창고에 갔는데 마침 거기에도 쥐가 한 마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 곡식 창고의 쥐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사람도 안중에 없는 거예요. 이사가 거기서 느꼈죠. ‘사람이나 쥐나 마찬가지구나.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자신의 격이 달라지는구나’ 그리고는 스승 순자를 찾아가 초나라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낮고 천한 것보다 더 큰 부끄러움이 없고, 곤궁하고 궁핍한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요.”
유가의 사상이 인을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면, 법가 사상을 담은 <사기>는 실리와 실용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처세에 있다. 거기에는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절대 기준이 없다. 다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누구나 봤을 쥐이지만 이사는 그 쥐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났듯, 결국 세상은 나로부터 변한다. 그러니 남을 탓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원중 교수의 설명이다.
“사마천 자신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합니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서 자처한 형벌이었는데 그 이유가 필생의 업인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완성하여 후에 중서령(中書令)이 되었고, 후세에는 사성(史聖), 태사공(太史公), 즉 ‘역사의 성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됩니다. 현재 처지에 좌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칭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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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교수는 한 권의 책을 번역, 출간하기까지 방대한 문헌을 뒤지며 수 백 번 읽고 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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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딛고
일어서는 지혜

천하에 잊힌 옛 일들을 모조리 망라하고 그것을 비교, 검토하여 성공과 실패, 흥기와 파괴의 이치를 고증했던 사마천이 내린 결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지혜였다. 그리고 그 처신은 겸허해야 하며 누구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사마천이 자신에게 내려진 궁형을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 뽑는 하찮은 일로 치부했던 것처럼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역시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원중 교수는 세상살이는 때론 진흙도 묻혀 가며 살아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진흙이 묻는다고 가야 할 길을 가지 않는다면 삶은 늘 그 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지금보다 더한 생존 경쟁에 매몰되어 있던 춘추전국과 초한 쟁패 과정을 보면 진흙을 묻히고서라도 나아갔던 승부근성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결국 세상의 빛을 향유했다.
그 처절한 삶의 외침이 오늘날 우리에게 이입될 수 있는 건 그들도 우리처럼 무에서 시작한 보통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불 꺼진 재라고 다시 타지 않는 법이 없듯, 지금 잠시 힘들더라도 우리가 선택한 삶이 재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사마천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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