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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들이 선택한 삶을 향유하는 방법

소박하고 균형 잡힌 삶 라곰 라이프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주목받으면서 ‘라곰(Lago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라곰은 ‘딱 좋다’, ‘적당하다’라는 뜻의 스웨덴어로 일뿐만 아니라 음식, 공간, 생활, 건강 등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부분과 연결된다. 적게 소유하면서 일상의 곳곳에서 적당한 행복을 향유하는 라곰 라이프는 북유럽 특유의 철학과 행동방식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오인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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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함

라곰은 스웨덴어로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만큼’이라는 뜻으로, 이 단어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스웨덴 사람들은 일상에서 ‘음식이 라곰으로 간이 되었네’, ‘밖이 라곰하게 따뜻해’, ‘내 아파트는 라곰이야’처럼 자신에게 딱 맞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설명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음식을 얼마나 담아줄까”라는 질문에도 “라곰”이라고 대답한다.
라곰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너무 많아서 남고 버려질 만큼, 혹은 너무 적어서 누군가가 받지 못할 만큼이 아니라 모두가 적절하고 공평하게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양 혹은 그러한 가치를 말한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성대한 파티를 여는 대신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멀리 여행을 가는 대신 잠깐 시간을 내어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바로 라곰 라이프다. 야심 찬 계획보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삶의 작은 성취를 축하하며, 나를 아끼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중시한다. 라곰 라이프는 균형 잡힌 삶을 통해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적당히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을 둘러싼 지역 사회, 환경과 조화롭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라곰은 단순한 단어가 아닌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생활방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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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들이 선택한
라곰의 가치

일 년의 대부분을 북극권의 얼음과 눈, 비를 맞으며 지내는 스웨덴 사람들. 하지만 이들의 행복지수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쉽게 우울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행복함을 잃지 않는 비결은 바로 라곰을 실천하는 데에 있다.
라곰은 바이킹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스웨덴 사람들의 덕목이다. 그 기원은 8세기와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이킹들은 몇 달간의 고된 항해 끝에 고향에 도착하기 전, 늘 한데 모여 화려하게 마지막 식사를 했다. 고향의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이 식사는 일종의 예식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선장과 선원들은 곡식과 과일, 보석과 무기를 공평하게 나눴다. 이는 고된 항해 동안 가족 같은 마음으로 서로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장은 선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잔을 든다. 바이킹들은 뿔로 만든 공용 술잔에 봉밀주를 채워 함께 나눠 먹으며 “라게트 옴(Laget Om, 구성원 모두를 위해)”이라고 외쳤다. 이때 다른 사람들도 골고루 마실 수 있도록 각자 한 모금씩만 마셨다. 개인의 욕심보다는 단체가 함께 즐기는 삶을 추구한 것이다. 남은 선원을 위해 먹을 만큼만 먹고 남겨두는 것, 선장과 선원이 알맞은 양으로 성과를 나누는 일. 이러한 행동에서 시작된 라곰의 가치는 오늘날 스웨덴 사회에 자리 잡은 평등, 존중, 신뢰의 가치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라곰 정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그들의 토론 문화와도 연결된다. 스웨덴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토론을 거쳐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가족 간에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함께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을만큼 서로의 의견을 들은 뒤 합의를 거쳐 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이 사회의 기준으로 자리잡혀 있다. 합의로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따른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의 공동 저자인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대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마르틴 루터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통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 역사적인 맥락으로 보면, 스웨덴은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뭉쳐야만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타협하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모두가 먹을 만큼 충분치 않으면 남은 몫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스웨덴 사회가 작동하는 라곰한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대인관계 또한 라곰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방법으로 라곰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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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소유하고
더 나은 삶을 향유 방법

라곰은 삶의 균형과 절제를 추구하는 노력이기에 사람들이 쓸데없이 낭비하거나 소유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행동방식은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음식, 건강, 뷰티, 인테리어 등 삶의 여러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스웨덴 사람들이 향유하는 대표적인 라곰 문화로 스웨덴식 티타임인 ‘피카(Fika)’를 꼽을 수 있다. 피카는 커피를 뜻하는 말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간단한 티타임을 자주 갖는다. 하지만 피카는 휴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업무 혹은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소통과 합의를 이루는 대화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갈등을 예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스웨덴에서는 장시간의 근무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일에 집중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있어 라곰의 강점은 무엇보다 팀워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모두가 믿음직스러운 팀 플레이어가 되기 때문이다.
요리에서도 라곰 문화는 빛을 발한다. 화려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소박한 요리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꼭 필요한 재료만을 사용해 적당한 양만큼 조리한다.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 스웨덴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자연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윤리적으로 생산된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LED 조명을 사용하고, 겨울철 난방을 줄이는 대신 두꺼운 이불을 덮는 등 에너지 절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인테리어 역시 과한 장식을 사용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진 소품과 가구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용적이거나 추억이 담겨 있지 않다면 불필요한 물건이라 여긴다.
급진적 변화와 극단적 대립을 피하고 주변 사람들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적당함, 이것이 바로 균형 잡힌 충만한 삶을 향유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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