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대부분을 북극권의 얼음과 눈, 비를 맞으며 지내는 스웨덴 사람들. 하지만 이들의 행복지수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쉽게 우울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행복함을 잃지 않는 비결은 바로 라곰을 실천하는 데에 있다.
라곰은 바이킹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스웨덴 사람들의 덕목이다. 그 기원은 8세기와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이킹들은 몇 달간의 고된 항해 끝에 고향에 도착하기 전, 늘 한데 모여 화려하게 마지막 식사를 했다. 고향의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이 식사는 일종의 예식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선장과 선원들은 곡식과 과일, 보석과 무기를 공평하게 나눴다. 이는 고된 항해 동안 가족 같은 마음으로 서로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장은 선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잔을 든다. 바이킹들은 뿔로 만든 공용 술잔에 봉밀주를 채워 함께 나눠 먹으며 “라게트 옴(Laget Om, 구성원 모두를 위해)”이라고 외쳤다. 이때 다른 사람들도 골고루 마실 수 있도록 각자 한 모금씩만 마셨다. 개인의 욕심보다는 단체가 함께 즐기는 삶을 추구한 것이다. 남은 선원을 위해 먹을 만큼만 먹고 남겨두는 것, 선장과 선원이 알맞은 양으로 성과를 나누는 일. 이러한 행동에서 시작된 라곰의 가치는 오늘날 스웨덴 사회에 자리 잡은 평등, 존중, 신뢰의 가치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라곰 정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그들의 토론 문화와도 연결된다. 스웨덴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토론을 거쳐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가족 간에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함께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을만큼 서로의 의견을 들은 뒤 합의를 거쳐 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이 사회의 기준으로 자리잡혀 있다. 합의로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따른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의 공동 저자인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대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마르틴 루터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통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 역사적인 맥락으로 보면, 스웨덴은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뭉쳐야만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타협하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모두가 먹을 만큼 충분치 않으면 남은 몫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스웨덴 사회가 작동하는 라곰한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대인관계 또한 라곰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방법으로 라곰을 선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