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웹진
Vol.264 AUTUMN 2022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
/독일유럽연구센터장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프레임, 라이프이즘

위기는 늘 인류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며 진화하려는 도전의식으로 응했다. 이것이 역사라는 바퀴가 굴러가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인류는 실로 오랜만에 전염병이라는 위기 앞에 놓여 있다. 전쟁이나 경제불황 등의 위기에는 익숙한 우리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전염병의 창궐을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면서 전진하느냐 아니면 굴복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과연 전대미문의 이 변화를 인류는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편집부사진전예영

생명 대멸종에 대한
경고의 울림

코로나19는 인류 멸종의 다양한 징후 가운데 하나라고 단정하는 김누리 교수의 말에 최근 재확산을 지켜보며, ‘이 위기는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마치 현실화되는 듯 절망이 엄습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서유럽에서는 생명 대멸종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서유럽의 학자들은 2050년이 최종적인 생명 대멸종의 해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어요. 과거 빙하기와는 달리 코로나는 자연현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대멸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제가 10여 년 전 유럽에 갔을 때부터 이런 경고를 많이 듣곤 했는데, 어쩌면 우리에게 22세기는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놀라운 건 유럽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그런 비관적인 경고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10년을 한국사회는 어떻게 지나왔을까?
“그 당시 한국은 테크노피아 즉, 기술이 구현하는 유토피아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 있었죠. 그래서 현재 우리의 충격이 더욱 큰 겁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생명 대멸종과 같은 근거 있는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조차 거의 들려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코로나가 주는 경고의 울림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상을 향한
거대 프레임의 전환

김누리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국인들의 인식의 변화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우리들의 자각에 위기 극복의 긍정적인 단초가 있다고 말한다.
“각국의 코로나 대처상황을 보면서 한국인들에게 인식의 대전환이 생겼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거죠. 선망국가이었던 미국이 코로나에 의해 의료나 사회 안전 시스템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국민인 게 다행이다 라는 생각들을 했죠.”
김 교수는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인간화’가 코로나 시대에 절실하다고 한다. 또한 자본주의 내적 모순인 멈출 수 없는 과잉생산이 가져온 자연의 파괴와 이로 인한 자기복원력을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우리의 사려 깊은 행동 또한 요구된다고 한다.
“사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생산력의 이면은 자연 파괴입니다. 인류가 5천년 동안 썼던 자원의 양원보다 지난 250년 간 사용한 양이 더 많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발전이라고 하겠지만, 소비에 매몰된 삶은 결국 인성까지 파괴합니다. 소비할 때만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느끼는 삶에서 벗어나 생태적 상상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재난혁명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라는 재난은 우리 사회에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폭 넓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 이제 삶을 ‘라이프이즘’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생명, 삶, 생존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이스트’로 변해야
코로나 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미래를 살리는 삶의 방식,
라이프이즘

앞서 말했듯 2050년이 되면 지구는 거주 불능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김누리 교수는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으로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꾸기를 권했다. 그는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터득한 재난혁명 DNA에 그 가능성의 무게를 둔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연속적으로 시련을 겪고 극복한 우리만의 재난혁명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라는 재난은 우리 사회에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폭 넓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코로나를 나에게 와 있는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죠. 이 변화는 우리에게 이제 삶을 ‘라이프이즘’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파괴, 인간의 삶의 파괴, 인간관계의 파괴에서 벗어나 생명, 삶, 생존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이스트’로 변해야 코로나 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코로나는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관리능력과 성숙한 시민정신은 코로나가 가져온 급격한 변화에 대한 우리식의 도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위기 극복이 취미인 국민’이라는 한국사람들. 흔들리는 지금의 틀을 새로운 문명의 전환기로 끌어올리는 라이프이스트가 되어 또 다른 재난혁명의 히스토리를 써내려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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