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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도전이

행복감을 높여준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어에 의하면 아무 자극을 주지 않는 환경에 오래 갇혀 있으면 갖가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자극이 있다 하더라도 그 양상이 반복적이어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지각되는 경우에는 감각체계가 활동을 정지하기까지 한다. 다시 말해 적당한 변화와 이 변화를 감내하며 적응하는 인간의 도전은 인간을 가장 건강한 인간으로 성숙시키는 자극제라는 게 엘렌 랭어의 조언이다.

강석기(과학칼럼니스트)사진네이처 신경과학, 대뇌피질

행동은
정신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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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위)과 마이애미(아래)에 사는 사람의 하루 동선과 머문 시간을 나타낸 지도.
점이 클수록 머문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왼쪽은 방랑 엔트로피가 낮은 날의 예이고 오른쪽은 높은 날의 예다.

최근 국어연구원은 ‘코로나 블루’의 대체어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겪는 우울감과 불안, 무기력을 아울러 칭하는 용어로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코로나 우울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숨통이 좀 트였지만 아직은 여전히 제한이 많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코로나 우울이라고 불리는 심리적 상태를 불러온 과정을 보면 우리의 행동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부 활동이 위축되고 만나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생활이 단조로워졌다. TV나 인터넷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지만 대부분 익숙한 내용인 데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정적이고 수동적인 틀에 박힌 일상의 지속이 우리를 우울하고 잠 못 들게 한다.
그렇다면 동적이고 능동적이며 틀을 벗어난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한다면 코로나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실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할수록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새로운 장소
자주 찾을수록 기분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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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엔트로피 값이 크고 행복감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복측 선조체(위 노란색)와 해마(아래 노란색)의 연결성이 더 강하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을 해석한 이미지다.

지난 7월 <네이처 신경과학>에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게재되었다. 마이애미대 심리학과가 주축이 된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이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하고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새로운 장소를 많이 찾은 날일수록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뉴욕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18~31세인 피험자 122명을 대상으로 3~4개월에 걸쳐 1분 단위로 하루 동선을 기록한 뒤 데이터를 자신들이 만든 수식에 넣어 그날의 ‘방랑 엔트로피(Roaming Entropy)’를 산출했다. 방랑 엔트로피 역시 연구자들이 만든 용어로 이 값이 클수록 하루에 많은 장소를 방문했고 적지 않은 시간을 머물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날보다 카페와 마트를 찾은 날이 방랑 엔트로피가 더 높았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느라 잠깐 머문 정류장보다 1시간을 머문 카페가 방랑 엔트로피에 더 많이 기여했다. 연구자들은 수시로 피험자들의 휴대전화에 설문지를 보내 그 순간의 행복감을 기록하게 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방랑 엔트로피와 행복감이 대체로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처음 방문한 장소의 수와 행복감의 관계를 알아봤다. 하루에 다섯 곳을 찾았더라도 모두 이전에 방문했던 곳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험자들이 조사 기간 동안 찾은 곳에서 중복을 빼면 방문한 장소의 수가 되는데 이를 행복감 수준과 비교하자 상당히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새로운 곳에 머문 경험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게 느낀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경험이
뇌 구조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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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환경의 우리(A)에서 지내던 생쥐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우리(B)로 옮기면
불안과 우울에 해당하는 행동이 줄어들고 뇌 뉴런 사이의 연결성도 강화된다.

사실 낯선 장소를 찾는 것뿐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가 뇌에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동물실험 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톱밥을 깔고 물병을 꽂아둔 게 전부인 우리에서 지낸 생쥐에 비해 미로와 쳇바퀴 등 탐색하거나 놀거리가 많은 우리에서 지낸 생쥐가 스트레스도 적고 인지능력이 뛰어나며 더 오래 살았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이런 관계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뇌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영역인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는 보상과 새로움에 대한 정보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 행복감이 큰 사람들은 뇌의 복측 선조체가 더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피험자들의 뇌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방랑 엔트로피가 크고 행복감이 높게 나온 사람들이 대체로 복측 선조체와 해마의 연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공간적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다. 즉 새로운 장소를 찾을 때마다 해마와 복측 선조체가 정보를 활발히 교환한 결과 둘 사이의 연결성이 강화되게 뇌의 구조가 바뀐다.
몇몇 심리학자들은 ‘마음챙김(Mindfulness)’의 관점에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마음챙김이란 쉽게 말해 ‘지금 여기’에 충실한 마음의 상태다. 반대로 몸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과거나 미래 또는 다른 장소에 가 있는 상태를 ‘마음놓침(Mindlessness)’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자극 없이 매일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마음놓침 상태에 머무르기 쉽다. 현재는 소홀히 한 채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며 후회를 곱십거나 원망을 내뱉기도 하고 미래의 이런저런 상황을 설정하면서 사서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 결과 불행감이 커지고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뇌가 마음챙김 상태, 즉 지금 여기를 해석하는 데 전념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마트에서 속이 노란 수박을 봤다면 한번 사서 먹어보는 것도 기분전환이 될 것이다. 속이 빨간 수박과 맛까지 다를지 확인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나무 화분을 사 집안에서 돌보며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익숙함과
결별해야 할 때

사실 다양한 도전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 역시 건강상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선뜻 실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결과지향주의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결과가 불확실한, 즉 실패할 확률이 높은 새로운 시도를 하느라 시간이나 돈을 쓰느니 결과가 확실한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엘렌 랭어는 “결과지향주의가 사람을 소진시킨다”며 “과정에 집중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도전은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문득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 더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사 남들의 눈치를 보고 다수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게 무난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정답이 하나뿐인 문제를 푸는 연습을 지나치게 많이 했기 때문이리라.
이제 더 이상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뭔가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내려놓고 내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 또는 놀이에 뛰어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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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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