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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공유를 넘어 경험으로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구독경제’

소유의 시대가 가고 공유의 시대를 지나 경험의 시대가 오고 있다. 물건을 구매 후 ‘소유’하는 시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독 후 ‘경험’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구독경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한 반복적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려는 경제 환경의 변화를 통칭한다.

오인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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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

구독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를 말한다. 매일 혹은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 잡지, 우유를 비롯해 정수기 렌트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구독의 형태다. 이러한 전통적인 형태가 새로운 기술 발전과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인해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구독’이라는 방식에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개인별로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의 소유와 경험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가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사실 구독경제는 10여 년 전부터 화두가 된 서비스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유통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환경 등의 변화로 급부상하며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Untact) 시대가 열린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빌려주고 빌려 쓰는 공유경제가 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숙박), 우버(차량), 위워크(사무실)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사회 전반의 문화가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독경제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나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을 꼽을 수 있다. 빅데이터와 큐레이션,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은 구독경제를 보다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소비 패턴의 변화다. 소비의 핵심층인 2030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호한다. 이런 특성이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 즉 소유에서 구독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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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 불가능한
상품은 없다

구독경제는 미국에서 이미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구독경제 모델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넷플릭스(Netflix)’는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매월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비디오와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약 2억 명의 가입자에게 월정액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콘텐츠 구독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창업한 ‘달러셰이브클럽(DSC)’은 구독경제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당시 면도기 시장은 남성 면도기의 대표 브랜드인 ‘질레트’가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면도날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었고, 이용자들은 반복적인 구매에 따른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에 DSC는 저렴한 가격에 매달 4~6개의 면도날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후 질레트는 창립 이후 115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했다.
구독경제는 소유의 개념이 강한 자동차 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월 구독료를 내면 고급 차종을 마음껏 바꿔 탈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웨덴 볼보의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 미국 캐딜락의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illac), 포드의 ‘캔버스 서브스크립션 플랜(Canvas Subscription Plan)’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에서도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도서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서는 월정액을 내면 플랫폼에 등록된 이북(E-book) 기반의 다양한 도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 밖에 책 한 권을 30분 분량으로 요약해서 읽어주는 ‘리딩북’, 책의 핵심 내용을 채팅형 콘텐츠로 요약해 소개하는 ‘챗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지난해 말 기준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전통주 전문기업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홈술닷컴’은 올 1월에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막걸리 또는 막걸리와 안주 세트를 고객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홈술 트렌드가 확산되며 회원 수는 매달 10%, 월 매출은 매달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면도기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 세탁 구독 서비스 ‘런드리고’, 주방도구 구독 서비스 ‘라피올라(Lafeeolla)’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구독이 불가능한 상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외 수많은 기업이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관련한 구독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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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기업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독경제는 몇 년 전만 해도 특정 산업에만 국한된 사업 모델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먹거리와 같은 소모품과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비롯해 의류, 화장품 등 생활용품과 자동차, 그림, 주거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에 더 주목한다. 구독경제로 인해 소비자는 경험의 질과 폭을 확장할 수 있다. 높은 가격이나 희소성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제품, 서비스, 콘텐츠를 구독 서비스로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독경제는 향후 더욱 확산되며 고도화될 전망이다.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자신에게 알맞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에서 다양한 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구독이 훨씬 경제적이다. 아울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배송받기 때문에 결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 일회성 판매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꾸준히 매출이 발생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또한 고객의 소비 형태나 선호도 등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간 구독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산업군이 잇따라 구독경제에 뛰어드는 이유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객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상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규 구독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구독 이탈자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일정한 품질 관리와 함께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큐레이션 기반의 구독경제 서비스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나 성향을 분석해 추천 상품을 배송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의 구현이 핵심 기술이다. 그런 만큼 소비 행태와 해당 산업의 기술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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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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