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는 미국에서 이미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구독경제 모델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넷플릭스(Netflix)’는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매월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비디오와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약 2억 명의 가입자에게 월정액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콘텐츠 구독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창업한 ‘달러셰이브클럽(DSC)’은 구독경제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당시 면도기 시장은 남성 면도기의 대표 브랜드인 ‘질레트’가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면도날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었고, 이용자들은 반복적인 구매에 따른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에 DSC는 저렴한 가격에 매달 4~6개의 면도날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후 질레트는 창립 이후 115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했다.
구독경제는 소유의 개념이 강한 자동차 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월 구독료를 내면 고급 차종을 마음껏 바꿔 탈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웨덴 볼보의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 미국 캐딜락의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illac), 포드의 ‘캔버스 서브스크립션 플랜(Canvas Subscription Plan)’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에서도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도서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서는 월정액을 내면 플랫폼에 등록된 이북(E-book) 기반의 다양한 도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 밖에 책 한 권을 30분 분량으로 요약해서 읽어주는 ‘리딩북’, 책의 핵심 내용을 채팅형 콘텐츠로 요약해 소개하는 ‘챗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지난해 말 기준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전통주 전문기업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홈술닷컴’은 올 1월에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막걸리 또는 막걸리와 안주 세트를 고객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홈술 트렌드가 확산되며 회원 수는 매달 10%, 월 매출은 매달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면도기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 세탁 구독 서비스 ‘런드리고’, 주방도구 구독 서비스 ‘라피올라(Lafeeolla)’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구독이 불가능한 상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외 수많은 기업이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관련한 구독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