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황금기는 코시모의 손자인 로렌초(Lorenzo de' Medici) 대에 맞이한다. 그는 뛰어난 정치적 수완으로 이탈리아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릴레오, 다 빈치, 단테, 도나텔로, 라파엘로,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그리고 건축가인 브루넬레스코 등 역사를 뒤흔드는 이름의 예술가와 학자, 사상가들을 열정적으로 지원하여 철학, 문학, 역사, 예술이 부흥하는 데 불을 지피며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메디치가의 흔적이 단지 한 가문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로 남게 되는 결정적인 대목이 있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가 후손 없이 숨을 거두며 가문의 전 재산을 피렌체 시민의 것으로 돌린 것이다. 특히 피렌체공화국의 행정부 역할을 한 우피치(Uffizi)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월은 흘러도 명문가의 자부심과 품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메디치 가문의 대를 이은 지원은 피렌체를 고대 그리스의 문화적 꽃에 필적하는 르네상스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예술과 재산, 그 성과물들을 사적인 개인자산으로 물려준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재산으로 남겼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메디치 가문을 다시 살펴보는 큰 이유, 그것은 정치가나 자본가, 지식인들이 어떤 가치와 이상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