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현대사의
흔적을 품은 열린 공간
장년층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에 세워진 이 경찰초소는 우리에게는 분단과 대립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초소책방 곳곳에는 그때의 구조물이 여전히 남겨져 있다. 벽돌로 된 초소의 외벽 일부가 2곳, 철제 출입문 2개가 그대로 존치되어 있고, 초소의 난방 보일러를 위한 기름탱크도 현재 초소책방 옆 거대한 바위 아래에 녹이 슨 채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초소책방은 카페와 책방을 가진 조용한 쉼터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가지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도 운영하고, 2층에는 소규모 모임 공간이 있어 시민들을 위한 문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초소책방의 매력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리모델링을 담당한 공공건축가 이충기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리를 사용해 이 건물 어디에서든 안과 밖이 서로 통하도록 하였으며, 사방에서 드나들 수 있는 문을 만들었다. 이런 공간적 특성이 이 책방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음을 뜻한다. 복잡한 도시를 품은 인왕산, 그 넉넉한 자연의 품 속에서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쉼이 되리라.